이하는 2011년 9월 21일에 있었던 <노회찬마들연구소 37번째 명사초청월례특강> 강연 내용이다. 봉준호 감독이 인상적인 강연을 하였는데, 가능한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렇게 올린다. 노회찬 전 의원님의 허락 하에 강의내용을 녹음했다.
봉준호감독 강연내용① ☞ 엄마들은 왜 달리는 관광버스에서 미친 듯 춤을..?
봉준호감독 강연내용② ☞ 엄마들은 왜 달리는 관광버스에서 미친 듯 춤을..?
제가 며칠간.... (최근 작품 활동 소개 중략) 수면이 불규칙하고 짧은 수면으로 인하여 멍한 상태, 사실 반수면 상태에서 이 강의실에 들어왔어요. 그렇지만 일 년에 몇 번 자주 특강을 못하지만 할 때는 잘하고 싶어요. 쉽지 않은 일인데, 사실 저만 바쁩니까? 다들 바쁘지만 시간 내서 오셨는데 뭔가 하나라도 한두 개 단어는 기억에 남게 되는 그런 시간을 만들고 싶거든요.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평소에도 저는 방만한 성격입니다. 오늘 옆길로 새거나 이해를 해주시기 바라고, 결국은 제 자리로 돌아옵니다. 시간이 좀 걸리지만. 이야기가 산만하게 진행되더라도 이해를 해주시고요. ......... 다채로운 분이 계신데, 넓게 봐서 잠재적인 관객 분들이라 더욱 긴장이 되네요. 혹시 여기 잠깐 영화 쪽 지망생들?(몇몇 손듬) 영화동아리, 연극영화과? 영화 매니아? (청중 웃음) 일 년에 극장 세 네 번 가시는 분? ... 알겠습니다. 이제야 상황이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 진행하는 분께서 강의제목을 이야기해달라고 해서 잠시 그때도 잠을 많이 못 잔 상태에서 이상한 강의제목을 말했는데 그것을 곧이곧대로 하셨는데 조금 이게 뭔가 싶으실 것입니다. (청중 웃음) 잘못된 제목은 아닙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마더>를 보실 분 보신 분들, 극장에서 못 보셨더라도 최근에 공중파 티비에서 하니까 보신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이 들어요. 마더의 마지막 장면을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게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 짧은 시간에 이것저것 이야기를 건들이기보다는 하나의 아주 좁고 정확한 과녁을 설정해서 거기를 한 번에 화살로 딱 과녁 하는 그런 강의가 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아까 손을 드신 분이 영화 쪽에 관련된 분이거나 아니면 하려는 분들일 텐데 그 외 분들은 한 편의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에 대해서 여러 가지 궁금하신 점도 있을 거예요. 저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창작을 하는데 있어서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이 있어요. 여러분들은 극장에 표를 구입해서 좌석에 앉아서 쏟아져 나오는 수 천 개 장면들을 보시게 되는데 저희들은 그것을 만드는 입장이잖아요. 여러분이 극장에서 보게 되는 그 장면이, 하나의 장면이 만들어지게 되기까지 어떤 우여곡절을 거치는가.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이 뒤엉켜서 하나의 장면이 나오는데, <마더>의 한 장면을 딱 설정해서 그 전 과정을 다 말씀드리려고 해요. '제가 생각하는 영화'라는 두루뭉실한 일반론 같은 그런 거 전 대개 싫어해요. 영화제에서 인터뷰할 때도 "감독님이 생각하는 영화는 어떤 것인가요?" 그런 질문이 참 개떡 같지요. (청중 웃음)
하여튼 저는 구체적인 하나의 장면을 보여드릴게요. 강의제목을 보고 짐작하시겠지만 마더의 라스트신은 저 개인적으로 4년에서 5년 동안 마음에 품고 있다가 찍은 거예요. 처음 그 장면이 제 머릿속에 맴돌다가 마침내 그것을 필름에 담아서 극장에 나오는 그 과정을 집중적으로 말씀 드릴게요. 영화의 장면 하나를 보면 전체를 볼 수 있다고 하잖아요. 그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편의 영화라는 게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나 보다'라고 어렴풋이 엿볼 수 있지 않을까. 방문을 한 5cm만 열고 그 안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드실 겁니다. 방을 활짝 열고 전체를 다 보는 게 아니에요. 사실 훔쳐보는 게 그게 더 재미있잖아요. 오늘 강의는 그런 컨셉입니다.
<마더> 안 보신 분도 계실 텐데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고속버스에서 아주머니들 어머니들과 일부 아버님들이 춤을 추는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에요. <마더>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면, 이 영화는 김혜자 선생님이 어머니고 원 빈씨가 아들로 나오는 영화인데 아들 원빈이 살인누명을 써서 어머니 김혜자 씨가 벗겨보려고 사투를 벌이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결국은 보니까 아들이 범인이에요. 대게 역설적인 스토리에요. 아들의 누명을 벗기려고 사투를 벌였는데, 그 과정에서 결정적인 증인이 될 만한 사람을 마침내 찾아냈더니 공교롭게도 그 사람은 아들의 살인현장을 목격한 사람이에요. 끔찍한 일이지요. 중요한 것은 그 순간에 이 엄마가 브레이크가 파열됐다고 하나요. 그 동안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사투를 벌이면서 돌진해왔는데 돌진해온 가속도 때문에 브레이크가 파열이 돼요.
그래서 아들의 살인순간을 목격한 결정적 증인을 이 엄마가 죽이게 돼요. 그러니까 엄마와 아들이 둘 다 손에 피가 묻히게 되는 이야기지요. 어떻게 보면 끔찍하고 어떻게 보면 어두운 이야기입니다. 다음부터는 밝은 영화를 찍고 싶습니다. (청중 웃음) 예쁜 남녀가 꽃밭에서 뽀뽀하는 그런 영화를 찍고 싶어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어두운 스토리라고 볼 수 있고... 그걸 통해서 모성의 한 극단적인 한 측면을 들춰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제 DVD에서 보실 장면은 지금 말씀 드린 대로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발버둥 쳤던 엄마조차 도리어 사람을 하나 죽이게 되고 어머니와 아들이 하나씩 살인을 한 채로 다시 밥상 앞에 앉게 됩니다. 그 장면부터 보여드릴게요. ..... (DVD 틀어주면서) 앞서 노회찬 의원님도 선거법 위반 이야기를 하셨는데 여러분도 이거 공공장소에서 상영했다고 이야기 하지 마세요. 법률에 저촉된다고 나와요. (청중 웃음)
(DVD 시청 한 뒤)
저도 43세지만, 여기 중장년층 분들 계시는데 버스에서 혹시 가무를 해 본 .... (청중 웃음) 오랜 기원이 있어요. 영화전체를 보신 분들은 몇 가지 기억이 되짚어지실 것이고... 어쨌든 저로서는 대게 중요한 장면이에요. 뭐랄까 제가 좀 소유욕이 강해요. 뭔가 제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게 아니라, 남의 물건 훔치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 이미지나 사운드가 떠오르면... 영화란 게 이미지나 사운드의 흐름이잖아요. 감독님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머릿속에 이미지가 떠오르면 반드시 그것을 찍어서 손에 넣고 싶다. 화면에 넣고 싶다는 집착이 생기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버스에서 춤추는 이 장면을 4-5년간 집착했었어요. 어떻게 보면 대게 간단하게 보일 수 있어요. 왜 저런 걸 집착하나 하고..
사실 저에게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요. 제가 69년생이니까 어렸을 때, 고속버스에서 중년남녀들이 춤추는 것을 처음보고... 초등학교 때였나.. 고속도로를 가다가 옆으로 버스가 지나가는데 쳐다보니 춤을 추고 있는 거예요. 그때는 어린 맘에 신기했어요. 그때는 초현실적인 광경으로 보였지요. 당시는 어린 맘에 저게 뭘까? 그랬다가 1988년 겨울에 친구 두 명하고 오대산에 갔어요. 오대산 입구에 매표소가 있고 큰 주차장 있어요. 고속버스 한 대가 주차돼 있는데, 버스가 부녀회 분들을 실고 온 거예요. 그런데 국립공원 입구인데 차가 서 있는데 아주머니들이 내리지 않고 계속 춤을 추는 거예요. 너무 필을 받으신 거지.
운전기사는 밖에 나와서 망연자실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고. 정지된 차가 흔들흔들 할 정도로 격렬하게 춤을 추는 거지. 그 근처를 지나가니까 술 냄새가 나고 춤을 버스에서 막 추는 거예요. 대학교 1학년 때인데 친구들과 그 장면을 보고 어린 마음에 충격을 받았어요. 어린 마음에.. 정서를 이해를 못하는 거지. 어린 마음에 '저게 대게 추하다'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대자연이 앞에 펼쳐져 있는데 왜 내리지 않고 춤을 추고 있을까? 오대산에 왜 오셨을까? 그때는 어린 마음에 뭘 몰랐죠. 그때는 제가. 왜 춤을 추는가? 버스에서? 이동 중에? 또는 주차장에서? 그때는 이치를 몰랐던 같아요. 그냥 추하다라고만 생각했는데 대신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이 돼 있었어요. '저런 장면을 영화로 찍어보고 싶다' 대게 희안한 장면들 있잖아요. 그때는 몰랐어요. 달리는 버스의 좁은 통로에서 왜 춤을 출까?... 여러 가지 우리가 추측을 해 볼 수 있잖아요. 그냥 하나의 관례다. 또는 제 친구는 저기 부녀자들이 워낙 시간이 없다. 일 년 중에 이렇게 놀려 나올 시간은 극도로 제한돼 있다. 남편의 등살과 애들 뒷바라지로 단 1분 1초도 끝까지 즐겨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다른 친구는 다른 춤을 출 장소도 많고 더 효과적인 곳도 많은데 왜 달리는 차에서 좁은 통로에서 그러냐 했더니 "니가 잘 모르는 거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저게 중장년의 부비부비다" (청중 웃음)
저도 해봤는데 엄청 스킨쉽이 대단해요. 제가 대학 때 농활을 가면 이상하게 부녀 반을 맡아서 부녀자분들과 춤을 추면, 저 상태에서 춤을 추다보면 스킨쉽이 발생안 할 수가 없잖아요. 엄청난 스킨쉽이 생겨요. 이런 강의실처럼 넓은 홀에서 하면 스킨쉽을 하기가 민망하잖아요. 쑥스럽고요. 노골적으로 다가갈 수도 없고. 그런데 저기서 하다보면 버스 진동만 한 번 있어도 뭉클 하는 스킨쉽이 이루어지죠. (청중웃음) 어떤 아주머니 손이 제 티셔츠 안으로 휙 들어와서 이게 뭐지 그러고... (청중웃음)
그리고 버스 기사님들의 테크닉이 막 있어요. 터널 통과할 때는 탁 조명이 바뀌고, 사이킥으로 바뀌면서 음악 볼륨이 휘익 올라가고 "오!..." 하고... 식혀야 될 때 달궈야 될 때를 버스 기사님들이 하는데, 젊은이들이 하는 것을 중장년 분들이 하는 거예요. 여기 홍대앞에 클럽도 가시고 그런 분들이 계실 텐데 그것을 우습게 보시면 안 돼요.
그런데 달리는 버스에서 춤을 춘다는 게 어린 맘에는 그걸 몰랐어요. 그때 바라보던 관점은 대게 단순했어요. '추하다! 대자연을 앞에 두고 추태를 부리고 있다. 저거는 카메라 고발감이다' 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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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인들이, 물론 남자도 섞여 있는데 왜 중년 남녀들이 거기서 춤을 추느냐.. 거기에 복합적인 감성이 있다는 것은 나중에 하나하나 알게 되는 거지요.
우리 어머님은 안 그러는데 이모님은 좀 그런 것 같아요. 어떤 느낌이냐, 그리고 해외의 여러 나라를 봐도 달리는 관광버스에서 춤을 추는 나라는 없어요. 뉴욕영화제에서 마더를 상영하고 기자회견을 하는데 어느 터키 기자가 다가왔어요. 아주 반가운 얼굴로 터키 아주머니들도 달리는 버스에서 춤을 춘다. 그래서 서로 반가워하면서 "우리는 형제국가야"그랬죠. (청중웃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약간 어리둥절해 해요. 저 장면이 "주인공의 일루션(환상)이냐?"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어요. 서양에서, 자기네들은 너무 낮설지. 하지만 짐작은 해요. 저기는 춤을 춘다는 게 어떤 정서인지는 금방 캐취를 하고요. 모르겠어요. 춤을 추워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런 상황에서 춤을 출 때 본인들이 느끼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있어요.
술에 취한 흥이 오르고, 그런데 지나가는 옆에 버스나 차에서 싸늘하게 시선으로 춤을 추는 자신을 바라본다면 기분이 묘할 수도 있겠지요. 자기가 춤을 추면서도 자기가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저는 대게 아름답게 찍고 싶었어요. 카메라 고발의 앵글이 아니라 벼랑 끝에서 춤을 추는 느낌이랄까. 버스가 달리고 있지만 폐쇄된 공간이잖아요.
네모난 미친 듯이 몸을 흔들 때 묘한 슬픔이 있어요. 본인들은 흥에 겨워서 소리를 지르지만 한 편 슬픈 것이지요. 그 느낌 같은 것들이 1998년 오대산에서 봤을 때와는 다르게 나이를 먹으면서 계속 바뀌더라고요.
2008년에 <마더>를 촬영했는데 이게 머릿속에 잠복해 있다가 찍기까지 20년이 걸린 것이지요. 당시 <마더>라는 영화의 어떤 전체적인 스토리가 있지 않았어요. 대신 '한국의 여인들, 어머니들이 찍는다면, 내가 꼭 이 장면을 넣어야겠다.' 라는 게 94년도 영화아카데미라는 학교를 다녔는데. 서서히 머리 한 구석에 잠복돼 있었어요. 나쁘게 하면 바이러스가 수면아래 잠복 해 있다가 수년 후에 발병하잖아요. 2004년도를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이 해가 의미가 있어요. 오대산에서 충격적인 것을 목격하고 16년 정도 계속 찍어야 겠다 하고 잠복 하다가 2004년 <마더>라는 영화의 기본적인 핵심과 스토리를 머릿속에 잡았던 해에요. 발단이 김혜자 선생님이었어요. 제가 태어나기 전에 배우이신데, 아시다시피 전설적인 살아있는 국민 어머니, 다시다, (청중 웃음) ...
봉준호감독 강연내용② ☞ 엄마들은 왜 달리는 관광버스에서 미친 듯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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