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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전 작업 /석궁사건재판기록들

문국현 의원과의 마지막 대화


 

2009년 10월 22일 오후 2시, 신영철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창조한국당 문국현 의원 사건은 대법원에서 기각판결을 받았다. 문의원은 이번 판결로 의원직 상실과 함께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당했다.  2007년경, 모 국회의원 보좌관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주제가 검찰로 옮겨가자, ‘검찰, 삼성, 금 밀수’는 우리나라 3대 성역이라며 처음부터 차단하는 바람에, 진전되지 못했다. 사실 그는 검찰이 아주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유인즉, 70년대만 해도 검찰이 지 애비 뻘 되는 사람들을 수사하다  발로 찼는데 지금은 그런 건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국현 의원과 이틀간(09.8.31-9.1), 대화를 하다 보니,  이번에는 내가 보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간 대화가 녹음이 됐었는데, 불행하게도 사흘 전 컴퓨터 하드가 날라 가 원문을 게재 못하게 됐다. 생각나는 대목만 몇 자 적어본다.


- 살아오시면서  피고인석에 서보실 거라 생각하셨나요?
△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죠. 이렇게 검찰이 ‘아니면 말고’식의 수사를 한다는 게, 이해하기가 힘드네요.  

- 요즘 괴로워서 잠을 설치거나 그러지는 않으세요?

△ 아니요. 저는 잠이 부족한 사람이라, 눕기만 하면 잠이 쏟아져요.

- 어제는 몇 시간 주무셨나요?

△ 2시간요. (하루 꽉 찬 일정을 말해줌)

- 예전에
KBS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떤 개그맨이 문의원님 흉내를 내는데요.  크리넥스 화장지를 들고 한 장씩 뽑으면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문국현 의원님  특징을 못 잡아내겠다는 말하는 거예요. 문의원님 특징이 뭡니까?

△ 기다려줄 줄 아는 거예요. 나무 심는 마음으로  기다려주는 거죠.  물론 그 과정에서 계속 물도 주고 비료도 주고, 끊임없이 기회를 주면서 기다리는 거죠. 1984년부터 시작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산업을 비롯해서  제가 지금까지 2-300개 국가 프로젝트를 다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에요.  반대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같은 꿈과 비전을 공유할 수 있도록  그 분들 마음속에  ‘더 좋은 세상이 있다. 지금까지 방법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려주면서 설득시켜나간 거죠. 저는 무슨 일이든 절대로 혼자서 안 해요. 나무는 처음 10년은 별로 안자라는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엄청나게 달라지거든요.  씨에서부터 심은 것은 계산할 수가 없으니, 제일 작은 0.3미터짜리 묘목을 생각해보세요. 나중에 30미터로 자라면 키는 백배지만,  부피는 백만 배로 커지죠.  그걸 기다릴 줄 알아야죠.  사회 변화하라는 건요, 절대 혼자 바꿀 수 없어요.  우선 어떤 집단이 어떤 현상에 대해 의식과 불만을 갖고 있어야 해요. 그 다음에 미래에 대한 꿈과 방향을 함께 공유해야 해요. 그 과정에서 리더는 솔선수범을 하면서 그 구성원들에게 결단과 용기를 보여줘야죠. 눈발자국을 만들어주는 거죠. 그걸 인내와 끈기로 이끌어나가야 해요.  


- 의원님은 개인적으로 아는 판검사가 없나요?
△ 없는데요. 

- 그럼 왜 좀 알려고 노력하지 않으셨나요?

△ 기업에 있을 때도 그런데는 노력하지 않았어요. 저는 골프도 치지 않았고요.  전 자녀들 키우면서 학교 선생님들에게  촌지 한 번 갖다 준적도 없고... 잘못된 체제와 타협하면서 살아오지 않았어요. 자녀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친 적 없고요.  무엇보다 전 판검사 알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려고 정치에 뛰어든 사람인데 그런 데 노력하면 되겠어요?  ... 예전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유한양행을 아무리 뒤졌지만 아무것도 없어서 3년 후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유일한 박사님에게  훈장을 줬어요.

-  의원님도 내년까지만 버티세요. 그럼 이명박 대통령께서 상 줄지도 몰라요.
△(웃음) ..... (중간에 아이스크림 먹다가) 사람들에게 항상 주는 삶을 살아야 해요. 눈길도 주고, 손길도 주고.....

- (말 자르면서) 그래서 이 나라가 의원님께도 줬잖아요! 유죄를!!

△(웃음) 그게 얼마나 가겠어요.

- 그래도 전과자인데요?

△ 나와 상관이 없는 내용이에요. 그러니깐 사람은 살아온 인생을 봐야 하는 거예요. 습관을 봐야 해요.  김대중 대통령처럼 남에게 보복하지 않았던 사람이  보복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에요. 보복한 사람은 계속 보복하고 거짓말 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게 돼 있어요. 저는 한국에서 유한킴벌리 대표이사(1995~2007)를 맡으면서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 총괄 사장(2003~2007)까지 맡아 아시아 20억 인구를 담당했었어요. 사장을 동시에 세 개 한 사람은 저 밖에 없을 거예요. 그런데 어느 날 정치를 하려고 모두  그만뒀어요. 정말 깨끗하지 않으면  동시에 그냥 몸만 빠져 나올 수 없어요. 

-  그래도 기록에 남는 건데요?

△ 잘못된 체제를 인정한다는 거예요. 

- 전 의원님처럼 살라면 못 살 것 같아요. 
△ 깨끗한 삶이 얼마나 자유로운데요.

주제를 바꿔서 지식경제 이야기가 나왔다.


△ 비정규직은 기업에 마약과 독약을 주는 거예요. 저는 한국인 기업으로는 재벌 빼놓고는 제일 성공한 사람이었죠. 실제로 기업을 운영을 해봤기 때문에 확신을 할 수 있는 거예요. 
모든 것이 어떤 쪽을 보느냐가 중요해요.  비정규직에 목매다는 기업인들은, 바라보는 쪽은 이런 거예요. 우리가 매는 넥타이 원가가 천오백원정도예요. 그런데 이윤을 추구하는 방법이 비정규직을 써서 원가를 천원으로 낮추는 길 밖에 없다고 보는 거예요. 즉, 자기 이웃 사람들의 월급을 깎는 것이죠. ....   지도자는 가짜 꿈이 아니라 이미 현실화된 꿈을 계속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이것을 이미 발생한 미래라고 합니다.  제가 유한킴벌리 사장일 때, 노조가 저보다도 영어를 잘하고,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으로 바꿀 수 있었던 건 제가  다른 쪽을 알려준 거죠. 저는 항상 고가치를 따라다니는 지식경제 신봉자였지, 리보다 싼  중국 북한 몽골 베트남 저 원가를 따라다니며, 육체를 점점 악순환하는 쪽으로 가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유럽의 GDP가 6만 불 8만 불 이런 나라들은  인건비를 절약해서 그렇게 된 게 아네요. 전 세계는 다 이쪽으로 갔어요.  우리나라가 ‘야, 2만 불도 겨우 왔는데, 이게 만 오천 불로 떨어졌네,’  이렇게 아까워하지만 아직 룩셈부르크란 나라는 8만 불이라는 걸  모르는 거예요.


- 저도 지금 처음 들어보는 건데요. 룩셈부르크 8만불.
△ (웃음) 나와 같이 사는 이웃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원가를 낮추는  전략은 죽음의 길이고 아래로 내려가는 전략이에요.  저는 위로 올라가는 거죠. 사람은 창조력이 있으니 값을 높이는 지식경제, 즉 머리로  올라가야죠. 저는 전 세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후자의 방법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이고요.

- 의원님이 만약 대통령이 되면, 우리 국민들이 공부 하느라 (지금보다 더) 고생하겠단 생각이 드네요.

△ 저는 공부도 카페테리아 식단처럼 선택해서 하게 하지, 주입식은 아니에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