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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전 작업 /항해일지

진보가 나아갈 길, 정세균을 주목하라.


 

오바마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사울 알린스키는 과거에 상점에 들어가 먹을 걸 훔친 적이 있다고 한다. 훗날 기자들이 과연 그게 옳은 행위였는지 물어봤다. 답변은 이랬다. “생존권이 소유권보다 우선이다”  용산참사 재판에서도 피고인들은 “우리는 살려고 망루에  올라갔지, 죽으려 올라간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적지 않은 시민들이 용산참사재앙을  부른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높은 지지율은 꺾일 줄 모른다. 왜 그런 것일까. 이하는 며칠 전 ○○○씨가 들려준 이야기다.

“농성자들이 ‘우리는 살려고 올라간 것이다’라고 해도, 다른 사람들도 살려고 개발하는 거잖아요. 그런 정서적인 논리만 가지고는 안 돼요. 이명박 정부를 잘 나가게 만들어준 것은 이명박을 잘못 비판했기 때문이에요. 기사를 보면 온갖 모욕주기 위해 최대한 나쁜 사람으로 묘사하잖아요. 마치 이명박 정부 하에서만 일어나는 일처럼 설명을 하지만, 엄밀히 살펴보면  전임 대통령에게도 다 해당되는 말이거든요.  김대중 집권 첫 해가 구속노동자 수가 제일 많다는 거 알아요? 2001년  부평 대우 자동차 사건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요? 노무현 정부 때도 지역균형발전이라며 전 국토에 다 무분별하게 개발했잖아요. 경중을 가려서  집권 정부에 대한 책임성을 정확하게 추궁해야 하는데,  전에는 전혀 없던 일이 이명박 정부에 와서 새로 일어난 것처럼 하면 안 되는 거예요.  이명박에게  모욕 주는 발언은 좋지가 않아요.  국민의 지지를 받아서 집권한 민주적인 결과물에게  머릿속에 악마가 지닌 것처럼 마녀사냥으로 몰아가거든요. 사람들 머릿속에 계속 그것을 강요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있는 그대로를 다뤄야 하는데, 이념이나  마녀사냥, 신화로 만들면 안 된다고요. 그럼 그 마녀사냥을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거잖아요.  비판의 강도가 계속  높아져야 하는데, 이미 진보 측에서는 이명박을  있어서는 안 되는 최강도의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게 나쁜 사람인가.. 최악도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한다고요. 경향신문에서 발표한  53%라는 지지율 어떻게 나와요?  사람들이 전부 못 믿겠다 이거 아네요.  진보진영은 환상과 착각 속에 빠져 사는 거예요. 이명박은 있을 수 없는 사람인데, 이제 와선 저 악마가  오바마와 지지율과 어떻게 똑같을까 하고  혼자 속을  끊고 있어요.  이번 평택 쌍용자동차 사태가 타결됐잖아요. 물론 그 과정이 비극적이긴 했어요. 그런데 타결되는 순간 비판적 언론이 곤혹스러운 거예요. 이명박은 절대로 타결 타협은 안하고, 깔아뭉개는 사람인데, 그 반대 일이 일어났거든요.   지금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행보를 위선이라고 쓸 거예요? 거짓말이라고 쓸 거예요?  그런데 계속 그렇게 가면 어떻게 할 건데요?  등록금 후불로 내주겠다는 데 그걸 욕할 거예요? 그러니 시간이 지날수록  맨날 욕만 해대는 진보가 망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진보측이 사람들이 주목을 못 받는 이유는 잘못된 방법으로 접근해서에요.   정치의 방법론이나 언어는 그렇게 쓰면 안 돼요. 민주주의기 때문에 민주적 과정과 절차를 활용해서 그걸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담겨 있어야 해요. ” 

이 이야기를 듣고 뜨끔하신 분들에게 정세균 <정치에너지>를 권한다.
 


정세균씨에게 정치는 이렇게 요약된다.  ‘변화를 이끄는 에너지.’ ‘소명’ ‘정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 ‘보통 사람의 삶이 나아지게 만드는 일’ ‘약자를 위한 것’.  그리고 무엇보다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이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으나, 솔직히 유시민에 대한 평가에서는 공감이 아닌 ‘동감’이었다. 정세균은 유시민을 ‘눈이 밝은 지식인’이라 칭찬을 하면서도 베스트셀러작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보여준 논리에는 무척이나 불편해한다.  ‘우리는 훌륭한 내용의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를 비용을 치르지 않고 얻었는데, 지금(이명박 정부 들어) 뒤늦게 그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게 후불제 민주주의의 개념규정이다.

정세균은 말한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우리가 맞닥뜨린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10년간 집권한 민주파의 책임은 면제된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확고한 대안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우리에게 다시 눈길을 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불민함을 되돌아보고 고치고 가다듬을 일이지, 상황을 탓해선 안 된다. ... 문제는 유시민의 이해방식이 실천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지금 우리가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잔금을 다 처리하면 그때는 반석 위에 올라갈 것인가. 꼭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역사가 꼭 진보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지금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유시민씨 책중에 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이해찬 씨가 교육부장관을 할 때인데 그 밑에서 무슨 일인가 맡았다.(직책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어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민교협 교수들과 마찰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걸 풀어가는 방식에서 민교협측은 상당히 모욕을 느꼈다고 여겼던 것 같다. 이유야 어쨌든 서강대학교 손호철 교수가 반박성명을 냈던 것 같은데, 그런 상세한 내용이 책에 소개가 됐었다. 논리와 비판은 좋은 단어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용하고 있을까. 

최근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나타나 무례한 태도로  경고를 던진다.  하지만 그 사람을 저주한다고 해서 현실이 좀 나아질 수 있을까. 나는 정세균씨 방법을 따르기로 했다.  일단 그 사람이 하고 싶어서 했겠는가. 위에서 누가  시켰으니깐 그렇게 한 거겠지.. 나는 그 사람의 직장, 밥벌이를 위한 행동에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똑같은 일이 반복이 되면, 같은 말이라도 품위를 갖추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차분히 접근해 볼  것이다. 
은 기회를 살려서 공통분모를  만들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차피 다 나와 함께 더불어 가야 할 사람들이다.


<이상은 정세균씨 <정치에너지>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