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9일 오후, 인천 연안부두에 위치한 화물연대 노동조합 인천지부를 찾았다. 당일 협상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조촐한 쫑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협상타결 및 그날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 담화문, 언론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1) 협상안에 대한 입장
- 이번 타결된 협상안을 설명해주세요.
△ 제일 중요한 게 ‘표준요율제’ 이건 명시가 됐어요. 이게 뭐냐면 직장 봉급 받는 사람 기준으로 말하면 최저봉급을 받는 거죠. 우리는 그 기준이 없었으니깐 그냥 시장에 맡겼거든요. 이제는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거예요. 서울~부산 왕복 시 최소한 이 정도는 남아야 하지 않느냐, 그러니깐 더 달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 이 정도는 남아야 한다는 거예요. 전에는 “한번 검토해보겠다” 라고만 했는데 검토해보겠다고 한지는 3년이 됐어요. 유류비 인하는 큰 틀에서 말한 것이고, 물론 ‘다단계’가 큰 핵심이죠. 한나라당에서도 그 심각성을 알고 제대로 법을 만들고 하겠다고 하는데, 사실은 이미 현행 법규(공정위 거래법)에서도 그걸 단속할 수 있는데, 제대로 적용할 수 있는데 적용 안 하는 거죠. 자본의 논리에 휘말려서, 거기서 정치자금을 받는 놈들이 하겠어요?
- 다단계가 뭔지 설명 좀 해주시면?
▲(다른 분이 대답) 구조적 다단계가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지금 이 문제는 해결이 안 돼요. 다단계라는 게 뭐냐면, 개인이 일을 못 따오잖아요.
그럼 맨 위에 화주가 있잖아요. 화주(LG, 삼성...)가 원청이거든요. 다단계 구조는 지입사, 운반사, 알선사 이렇게 돼 있는데, 쉽게 말해서 운임이 오만인데 그런데 원청에서 이 새끼가 만원 떼먹어 , 또 밑에 오천원 떼먹어. 그럼 남는 게 없는 거야. 이게 왜 개선이 안 돼냐면 대형화주들이 지입사, 다단계 업자들이 로비를 지속적으로 하잖아요. 로비가 계속 들어가잖아요. 정치, 정관계에. 원청에서 그 아래로 다섯 개(원청에서 다섯 개 업체, 즉 하청, 하청, 하청...)까지만 내려와서 해도 되요. 그 밑으로 와서 받으니깐 그게 문제지.
- 사실 파업 7일 만에 요구를 정부에서 즉각 수용했다는 게 놀랍거든요.
△ 오늘이 파업 7일째인데, 간부들은 9일째에요. 간부들은 이틀 먼저 시작했거든요. 실감이 안 나요. 그런데 새삼스러운 게 아니에요. 이건 우리가 (2002년 운수노조가 만들어지고 나서) 계속 요구했던 거예요. 그간 정부에서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나마 쉽게 얻어낸 배경이 있어요.
- 뭡니까?
△ 이번에 결정적으로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문제를 어설프게 밀어붙이다보니 (국민과의) 신뢰가 깨졌잖아요. 엄청난 촛불집회라는 대 저항에 부딪혔고 그리고 때마침 운수노조 김종인 위원장이 그 수많은 노동단체 중에 제일 먼저 “우리는 광우병 쇠고기 운송안하겠다”고 성명서를 제일 먼저 발표하는 바람에 엄청난 국민의 지지를 받았죠.
쇠고기는 냉동 콘테이너로 들어오니깐 화물이 운송을 해야 하거든요. 그게 결정적인 도화선이 됐고 국민들도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이게 노동조합이 뭔지, 특히 화물연대 운수노조가 뭔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평상시에는 국민들도 노동조합이라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 그리고 ‘떼를 쓰는 사람들’, 까딱하면 집회나 하고 국민에게 교통방해하고 피해나 주는 사람들, 보수적인 사람들은 ‘빨갱이’ 이렇게 생각했었잖아요. 사실 요즘 이명박 대통령 ‘소통’ ‘소통’하는데, 사실 우리도 국민과의 소통을 제대로 못했던 거죠. 이 계기로 국민들과의 소통이 제대로 됐다는 겁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지금은 고유가 시대잖아요. 그러니 암만해도 계산이 안 나오는 거예요. 화물연대가 수많은 투쟁에서 호응을 못했던 이유가 그 나름대로 우리는 하루 벌어서 하루 먹는 인생이다 보니깐 그 나름대로 화물연대 파업에 동조안 하고 뒤돌아서서 쥐새끼마냥 잔 머리 굴러 가면서 (파업에 동참안하고) 계산기 뚜드려가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나 고유가다보니깐 비조합원들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거예요. 비조합원들도 뒤늦게 화물연대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알아야 한다고 노동조합에 스스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대표적인 게, 5톤 차 이하 개별 동지들인데, 화물연대 3십 5만명인데 5톤 트럭 이하가 그 중에 13만이에요. 그런데 삼삼오오 개별 정보를 통해서 자신해서 여기 왔다는 것!! 그리고 현장에서 행동했어요. 그런 거 통해서 정부에서도 위기의식을 느낀 거죠. ‘이건 아니다’라고. 이처럼 이번에는 국민들이 도와주지, 평상시에 비협조적이었던 비조합원들도 참여해주지, 정부도 감당이 안 되는 거죠. 손들었다보는 거죠. 3박자가 맞았습니다.
▲(옆에서 다른 분도 끼어듬) 이번에 또 어떤 덕을 봤냐면, 철근이나 뭐든지 안 들어가니깐 공사가 진척이 안 되지. 단지 덤프트럭으로 사업장에 모래들은 나갈 수 있으니깐 매립 이런 공사나 되지, 건설, 건축 이런 건 안 돌아가는 거지. 그럼 공사차질이 있잖아요. 철근은 오래 놔두면 녹이 슬어요.
- 이번 타협안 만족하세요?
▲ 미흡하지만 타협이라는 게 100프로 다 받을 수는 없어요.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을 한 거죠. 더 이상 물류를 중지하면 우리나라 망해요. 젖소도 죽고 돼지도 죽고 닭도 죽어야 해요. 왜냐하면 곡물이 움직여줘야 사료를 만들 수 있는데, 물류가 정지하면 사료를 못 구해요. 나라가 죽어요. 그런데 다음부터 하게 되면 더 가열찬 투쟁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소형차들도 ‘뭉치면 되는구나’란 그 맛을 알기 때문에.
○ (또 다른 분) 이번에 ‘자발적’으로 나온 건 생존의 기로에 섰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죽기 직전이니깐 자발적일 수밖에 없어요. 어제도 ○○창고 가서 화물이 가는 길 막으면서 물었어요. “당신 하루를 벌어서 백일을 사냐?”고. 물론 요즘은 (파업기간이니깐) 많이 받겠죠. 하지만 당신들이 동참해주면 일주일 걸릴 거 오일 만에 협상 타결 할 수 있는 거고 하루를 벌어서 백일을 살 거냐? 우리 다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노동자밖에 안 되는데 하루를 살아도 제발 인간답게 살다 죽자!!고.
- 그럼 반응이 어떤가요?
○ 공감은 하는데 다들 핑계는 있지. 실질적으로 요즘은 더 많이 받고 다녀요. 파업기간이라 차량을 못 구하니깐. 화주들도 와서 이 화물차 막지 말라고 통사정해요. 투쟁하다보니깐 비조합원, 조합원 떠나서 우리 힘이란 것이 진짜 이만큼 있는데 그 힘을 모르고 쥐새끼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난 정말 불쌍해. 진짜로!!
(2) 당일 대통령 담화문에 대한 소감
-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6월 19일 담화문 중에 “지금 국내에서도 유가 인상으로 인한 생계형 파업으로 물류가 끊기고 공장 가동이 멈추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선 근로자들을 무조건 탓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파업이 오래 가 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준다면 그 피해는 근로자를 포함해 국민 모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됩니다. 지금은 기업도 정부도 근로자도 모두 한 걸음씩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해야 할 때입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말했잖아요. 우리는 사업주지 노동자가 아니라고. 그럼 우리는 파업이 아니라, 우리는 그냥 힘들어서 차 세운거야. 이명박이도 보면 왔다 갔다 해. ‘노동자’라고 했다가 ‘개인사업주’랬다가. 그런데 우리가 개인사업주면 파업이 아니잖아요. 내가 장사 안 맞으니깐 안 하는 것뿐인데! 내가 힘드니깐 세운 거지. 파업이 아니잖아요.
▲ 그래, 아까 담화문에서도 화물노동 ‘근로자들 여러분’ 어쩌고 저쩌고 그랬어요. 여기 나온 사람들이 소속돼 있는 게 아니고 개인이에요. 그런데 정부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거야. 그럼 우리가 노동자란 건데, 우리가 노동자면 산재보험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산재도 못 받아요. 한마디로 지네 꼴리는 대로 하는 거야. 우린 어차피 끝났고 건설노조의 어려움을 알려주세요. 많이 알려주세요!! 거기가 더 불쌍해요!!
(3) 언론에 대한 입장
△ 중요한 것은 언론이 어느 순간에 우리 편이고 우리 현실을 얘기하다가 4일 5일이 넘어가면 정부입장으로 바뀌는 거야. 대한민국 언론은 언론이 아닌 정부에서 통제하는 언론이라는 거죠.
▲ 막말로 (파업진행중에) 인천이 35%가 복귀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인천은 콘테이너가 그렇게 안 나갔다고요. 정부가 보는 게 뭐냐면 콘테이너 적재율입니다. 거기에 대해 압박감을 갖는 게 정부거든요. 여기 나와 파업에 참여하는 비조합원들을 독려해서 나오게끔 하려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인데 언론이 자기 중심을 못 잡고 정부에 놀아나는 거지!!
△ 이명박이가 나쁜 놈이지만 그걸 제대로 보도 안 하는 언론은 더 나빠요.
- 그게요. 지금 mbn, 아리랑은 이미 이명박에게 넘어갔고 KBS와 MBC가 버티고 있어요. 사장 선임권은 정부에게 있어서 지금 이명박 사람들로 채우고 있거든요.
△ (놀래면서) 진짜 그런 게 있나요?
- 각 방송사 사장은 방송 이사진들이 뽑는데, 그 이사진들을 ‘방송위원회’에서 임명하거든요. 그런데 방송위원회(9인)는 대통령이 임명해요. 그래서 YTN노조, KBS 노조들이 다 비상이 걸려있고 지금 화물연대처럼 싸우고 있어요. 현실이 그래요. 만약 MBC사장이 이명박 사람으로 채워지면 지금 PD수첩 PD들이 다 짤리겠죠? 안 그럴까요?
△ (격양돼서) 그럼 이명박이가 진짜 나쁜 새끼네!!! 언론의 자유가 없는 거잖아요!!
- 노조들이 싸우잖아요. 시민들도 촛불을 들고 함께 동참하고.
△ 그건 지금 처음 듣는 거예요! 옛날에는 방송국 노조들이 파업하면 드라마도 안 나오고 그랬는데 요새는 안 그렇더라고요.
- (웃으면서) 프로그램 제작을 외주로 돌려서 그런 게 아닐까요?
△ (진지하게) 그럼 (방송 노조들도) 우리랑 똑같이 ‘다단계’로 가는 거네요? 오늘 새로운 사실을 알았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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