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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전 작업 /2011년사건기록들

희망버스가 넘어야 할 벽 - 민폐


희망버스 이야기 ① ☞ 나는 희망버스를 왜 탔는가. (참가동기)  
희망버스 이야기 ② ☞  희망버스가 넘어야 할 벽 - 민폐   
희망버스 이야기 ☞  희망버스가 넘어야 할 벽- 배부른 소리   
희망버스 이야기 ☞  희망버스가 넘어야 할 벽   
희망버스 이야기 ☞ 나는 희망버스를 이렇게 생각한다. (역사적 평가)  

 
 

지난 7월 9일 전국 각지에서 시민 일만여명이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부산역에서 행진을 시작하였으나 봉래동에서 경찰이 친 바리케이드에 막혀 한진중공업에서 투쟁중인 김진숙 씨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자 “김진숙과 함께하자” “정리해고 철폐하자”등의 구호를 외치며 봉래동에서 1박 2일 투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을 호의적으로 바라보지 않은 부산 시민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아래는 70대 동네 할아버지와 나눈 대화다.


 




 

△ 한진 중공업 때문에 방송과 신문에서 떠드는 것을 보고 오늘 여기서 데모한다는 것도 알았지. 그런데 교통을 완전히 차단하니까 저쪽 동네(청학동)는 지옥이야. 버스는 다니게 해야 한다고! 안 그래요? 대중교통은 다녀야 한다고.


- 택시기사도 욕바가지를 하더군요.

△ 영업용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고, 장사 하는 사람들도 불평불만 많아요. 우리 일반 주민들도 토요일 출근하려는데 어제는 바깥에 나갔다가 이렇게 교통을 차단한 줄은 모른 거야. 그런데  바깥에 차를 버릴 수도 없잖아요 것  희망버스가 지원 오더라도 주민에게 불편을 주면 안 되지. 싫지. 발을 묶어버리는데.


-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일 때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 그야 알지. 백번 알지. 노동자들 권익을 위해서 하는 것은 백번 해야지. 법으로도 보장되어야


- 열린 분이시네요. 법으로도 보장된 것을 아시니...

△ 한편으로는 이해를 하는데 지금 몇 시간째야? 어제부터 오늘까지 장기적으로 하면 안 되지. 교통이 마비되어버리잖아. 인도에서 싸우든지 해야지. 서로가.


 



- 교통만 원활하면 지지해주시겠네요.

△ 어!어! 굿!굿!. 다 이해하고 지지하지.  민폐를 끼쳤기 때문에 원성을 듣는거라. 정당한 권리를 찾는데 최소한의 민폐를 끼쳐야지 이것은 완전히 발을 묶는 거잖아. 출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욕을 했을 거야?  한진중공업 건너편 청학동에서 여기 봉래동까지 걸어서 30분이야. 버스로는 5분인데 차단해버리니까 아가씨도 입장을 바꾸어서보면 마찬가지라.. 정당한 투쟁을 한다해도 아가씨도 좋아하겠어요? 어젯밤에는 새벽까지 했어. 그러니 온 동네가 시끄러워서 잠을 못자고. 시위도 이런 식이면 도로를 완전히 점유해서 하는 것은 드물거든. 한진중공업 벌써 6개월 싸움하는 거 알아. 같은 동네니까. 부산역에서 여기까지 행진만 하고 해산했으면 얼마나 좋아?  힘없는 노동자들은 그렇게라도 해야 하니까 하지만 이해가 안 된다고. 데모도 우리나라에서 한 두 번 합니까? 이런 식으로 장시간 도로를 점유해버리면!  토론해서 싸우더라도 민폐 없도록 인도만 점유해야 한다든가 해야지, 며칠 전에 1차 희망버스 때도 나아서 보았어요.  그때는 이러지 않았다고. 전경도 이렇게 안 오고.



- 어르신이 아시는 노동자 현실 중에 이것만은 부당하다고 느끼시는 것이 있나요?

△ 그거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 비정규직 문제나, 사업주들이 불법적이 정식 노동자 안 시켜주고 편법으로 비정규직 쓰는 것


-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을 아세요?

△ 임금관계도 있고 여러 가지 부당대우가 많겠지. 다 알지.


- 그럼 그 부분은 변해야겠네요? 우리나라가? 

△ 그렇지.


- 어떤 방법으로요? 

△ 방법은 이런 식의 데모 말고, 미국 같은 나라는 피켓 하나만 들어도 수천 명의 데모 효과를 발휘한다고. 미국 사람들은 피켓 하나 주고 몇 사람만 따라다녀.. 우리나라는 선진국도 아니고 후진국도 아니고 어정쩡한 나라니까...


- 그러니까 방법은 투쟁밖에 없다는 의미네요? 

△ 그렇지! 바꾸려면! 하지만 민폐를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 사람이 많이 모여야 이게 데모다 라고 생각하기 전에 피켓 하나만 들어도 이것은 총 노동자의 대변 역할을 한다는 문화가 있어야 해. 미국도 피켓 하나만 들고 적은 인원이 다닌다고.. 아가씨 몰라요? 미국?


-  몰라요. 미국 안 가봐서.

△ 한진중공업 데모는 옛날부터 하거든. 한진중공업이 문제가 있는 기업인 건 알아. 그래서 사람들이 모인 것은 아는데..  경찰은 저렇게 바리케이트 치고, 못 가게 하니까 여기서 아우성(하단사진)치는 것은. 그런데 민폐를 끼치니까 문제지.
 


- 그러니까 투쟁을 해도 딴 집 앞에서? 

△ 그렇지!


- 아우성치는 것도 이해하는데 민폐가 싫다?

△ 그렇지!


- 택시 기사가 그러는데, 왜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오냐고 화를 내더군요. 어르신, 남의 일에 끼는 게 잘못된 건가요?

△ 그건 이를 테면 지원사격인데, 노동자가 힘이 없으니까  노동자 단결 차원에서 지원사격은 당연한 거지.


- 그러니까 지원사격은 당연한 것인데, 단지 내 집 앞에서만 하지마?

그렇지. 민폐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런데 왜 경찰도 여기에 바리케이트를 쳤어? 한진중공업 문 앞에서나 치지... 경찰들도 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