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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전 작업 /촛불집회기록들

철도매점 근로자 "조중동에 속아왔다"

촛불문화제 극과 극②시스템은 나의 것!

서울시청광장 한 구석에는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전국철도노동조합 천막이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서 철도노조 매점지부 ○○○지부장님(50대 남)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인터뷰 날짜 2008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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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 민영화에 철도 매점이 어떤 영향을 받습니까?
△ 상관관계가 많죠. 저희는 철도공사의 계열사, 저희는 특수고용직으로 돼 있어요. 민영화 전에 우리를 민영업체에 매각을 하는 거예요. 매각하는 것으로 신문에 났어요. 재벌이 들러붙으면 롯데, 삼성, 애경, 이 사람들이 들러붙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민간에게 매각하면 우리는 일자리를 잃는 거죠. 15년, 20년 한 사람들 누가 쓰겠어요. 자동 아웃되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촛불문화제에 나왔는데, 철도노조에는 저희가 지부로 들어가 있어요. ‘철도노동조합 매점지부’로.

- 철도 매점에 대해 설명 좀 해주시면?
△ 철도가 관할하고 있는 ‘스토리웨이’라는 매장 보신 적 있죠? 수도권만 해도 한 3백군데 돼요. 그게 특수고용직으로 돼 있어요. 전신은 옛날 홍익회인데, 그게 철도가 공사화되면서 없애버렸고 재단법인 체제에서 자기네 계열사로 만들어서 지금은 상호가 ‘코레일 유통’으로 돼 있어요. 이 사람들 말로는 매점 점주들이지.

- 아까 ‘특수고용직’이라고 했는데, 그거 설명 좀 해주세요?
△ 철도가 공사가 되면서 (똑같은 근로자 신분에서) 반 강압적으로 특수고용직으로 만들었어요. 지금 철도계열사 중에, 유일하게 특수고용직으로 돼 있어요. 지금 근로자로 따지면 시급 3천원도 안 되는 데도 많아요. 그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 특수고용직으로 만들어버린 거죠. 모면이 되니깐. 지금은 계약이 1년 단위인 개인사업자로 돼 있어요. 지금도 대우는 열악해요. 그리고 나이 든 분들이 많고, 나이 많은 사람들 쓸 수밖에 없는 게 대부분 이름은 자식 이름 앞으로 해놓고 60~70대가 나와서 일해요. 어디 받아주는데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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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문화제에 자주 나오세요?
△ 저는 시간 있을 때마다 참석해요. 16시간 근무하고.

- (놀라면서) ‘16시간’ 일하고 나오는 겁니까?
△ 연중무휴였다가 5년 전부터 월 2회 휴무인데 (쉴때는) 무급이야. 이것도 싸워서 얻어낸 거야. 오늘은 휴무날인데, 물론 무급이지, 전에는 죽어도 문을 열어놔야 했어.

- 당시는 똑같은 근로자 신분이었다고 했는데, 요구해본 적 없으세요?
△ 나도 몰랐어요. 내가 근로자고 내가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어떤 건지. 무지했던 거지. 다 있었는데 우리가 제 밥그릇을 못 찾아먹은 거야. 노동법도 모르고 근로기준법도 모르고 그런 상태에서 반 강압적으로 특수고용직이 돼 버린 거야.

- 이번 ‘촛불문화제’를 경험하시면서 느낀 점이 뭡니까?
△ 이건 내가 처음 경험해보는 것인데, 저는 우리 매장에 (컴퓨터) 계산대가 인터넷하고 연결돼 있으니깐 오마이뉴스 TV 생중계나 아프리카TV를 보면서 그걸로 정보를 얻었어요. 매장에 전산화가 깔리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안 됐어요. 아직도 안 깔린 데 많아요. 그게 설치돼 있는 매장은 제가 전화하고 홍보해서 들여다보라고 하는 거죠. 인터넷 보면서 (다른 매장에) 전화도 하면서 “인터넷 봐라.” 또 그런 형태로 해서 정보를 얻는 거죠.

- 매장은 각기 떨어져 있는데 그 사람들을 다 어떻게 모았을까 궁금했어요.
△ 시스템이 그렇게 돼 있어요. 인터넷이 바코드 찍으면서도 볼 수 있게 만들어놨어요. 그래서 거의 매일 일어나는 일을 다 공유하고 있죠. 어떤 면에서 보면 정보를 더 빨리 받는지 모르지. 나는 출근하면 그것부터 틀어놓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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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시스템이 매장에 ‘변화’를 줍니까?
△ 그런데 그것도 볼 줄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그것도 하나 하나 다니면서 가르쳐줘야 해. 전화로도 해주고 시간나면 쫓아가서 가르쳐주는 거야. 시간나면, 지가 보고 싶다고 하면, .. 그런데 참 재미있는 건, 전산화시킨 이유가 문의 개폐점 시간을 감시하기 위해서거든요. 내가 잠시 문을 닫아놓고 다른 데 가서 놀수도 있으니깐, 지금은 그걸 가지고도 경고장을 보내거든요. 그건 나 개인에게는 득이 된 거지. 매장 컴퓨터로 이런 것들을 보고 있는지 알면 기절을 할거야.

- 선생님이 가장 많이 보는 사이트가 뭡니까?
△ 나 같은 경우는 민주노총, 철도노조본부조합, 오마이뉴스, 아프리카.

- 그럼 촛불문화제 생중계 하는 거 다 보시겠네요?
△ 끝날 때까지 다 봐요.

- 느낌이 어때요?
△느낌이 뭐랄까... ‘내가 상당히 무지했구나!’

- 시민발언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 자녀들이 있으니깐 애들에게 배우고, 조금씩 깨어나가는 거지.

- 어떤 부분에서요?
△ 시민들 발언들도 그렇지만, 사람이 그렇잖아요. 사람이 메인 생활을 하면 그것밖에 몰라. 나 같은 경우는 집에서 왔다 갔다 하는 그 거리 매장에서 있는 그 시간, 그게 삶의 전부야. 그런데 그런 걸 봄으로써 세상을 좀 알게 되는 거지. 이런 데도 자발적으로 오게 되고. 요번 6월 10일 때도 자발적으로 두 사람이 나왔어요.


- 그때 어디 계셨어요?
△ 난 사람에 밀려서 저기 (명박산성이라 불리는) 컨테이너박스까지 갔다가...

- 그 때도 쉬는 날 나오신 겁니까?
△ 그때는 휴직계 못 내고 마누라 앉혀놓고 온 거지.

- 매장에 마누라 앉혀놓고 나올만한 가치가 있었습니까?
△ 그렇지.

- 어떤점에서요?
△ 뭐랄까. 말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처음에는 오마이뉴스를 접하게 되면서 이걸 보고, 어린 학생들이 하는 걸 보고 감동받은 거야. 그걸 보고 늙은 놈이 조금씩 깨나가기 시작한 거지.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오늘 이러 데 참석을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나왔고, ‘조중동’이란 신문이 참 묘한 게 ‘조중동’이란 것은 지금 우리보다 더 나이 먹은 사람들이 보거든요. 나도 전에는 인식이 그랬어요. 나도 지나다가 누가 데모하면 ‘저 새끼들 때문에 길 막힌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랬는데 그게 바뀌게 되는 거야. 실질적으로 내가 접하고 내가 알고 나니깐.

- 사고를 좌지우지했던 게 신문의 힘인 것 같습니까?
△ 그렇죠. 그런데 이제는 그게 바뀌는 거예요.



- 매장에서 ‘조중동’이 팔려가는 모습 보면 어때요?

△ 그것도 울화통이 터져. 우리 같은 경우는 묘한 게 한겨레나 경향을 더 팔고 싶어도 신문을 주지 않아. 전매장이 다 그래, “한겨레나 경향을 더 내놔라”라고 해도 회사가 공급을 안 해. ‘코레일 유통’이 그래. 나 같은 경우는 한겨레가 10장 들어와. 그리고 경향은 2장 들어오다가 지랄하니깐 4장 들어와. 조선은 20장이 들어오고. 지하철 구간은 어떤지 몰라도 우리 회사는 조중동을 많이 공급하거든요. 그러니깐 회사 홈페이지에 고객이 글을 많이 올리는 거야. “한겨레나 경향이 떨어졌고 좋은 자리에 놔 달라.”고.

-사실 ‘50대’ 넘어서 사고를 바꾸는 게 쉽지 않은 건데,
△ 맞아요. 우린 아직도 인터넷이나 자판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나 같은 사람들은 학교다니는 애들에게 어떻게 인터넷 들어가냐고 배우고 나는 나보다 못 배우는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그래서 공유를 하기 시작하는 거죠.

- 그래서 이렇게 나오신 거고?
△ 한번 못 와본 사람들 와서 봐야 한다!! 보고 느껴야 한다!!

- TV에서만 머무르지 말고 현장에 직접 와서 보고 느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 올바른 세상을 살기 위해서 제대로 알아야 할 게 많은 것 같아요. 자기 주변 밖에 모르고, 우리 같은 경우는 보수적이 될 수 밖에 없어요. 나는 그런 성격이야. 그런 게 많이 바뀌었어요. 바뀐 계기가 난 89년도부터 일했는데 그 사이에 2번의 해고가 있었거든요. 고 내가 당하기 시작하니깐 공부를 하고 그 부분을 알게 된 거예요. 내 권리를!! 그럴 때 안 거지. 그러다보니깐 인식이 되는 거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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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지하철 매점 상황은 어떤가? 내가 매주 월요일마다 시사인을 사보는 지하철 단골 매점을 방문했다. 사정은 비슷했다. 철도가 민영화되면 지하철도 바로 따라간단다.

덧붙여 조중동은 전에는 싹싹 다 팔렸는데 지금은 덜 팔린지 한 달 됐고, 한겨레와 경향이 잘 팔린다. 한겨레와 경향은 전에 5부 밖에 안 왔는데 요새는 20부까지 온다 했다.주간지 중에는 시사인이 열 부가 오면, 열 부 다 나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