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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전 작업 /촛불집회기록들

명박산성? 우린 '시민산성'으로 맞선다

촛불문화제 극과 극①명박산성 대 시민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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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시사인

6월 10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쪽에 컨테이너 6개 박스를  쌓았다. 이를 사람들은 ‘명박산성’이라 불렀다.

이에 시민들은 ‘시민산성’으로 반격한다. 서울시청 앞 광장의 펜스에 시민들의 요구와 염원을 담은 피켓을 붙이는 작업이다. 피켓으로 도배된 이 펜스를 시민산성이라 부르는 것이다. 시민산성을 주도하는 ‘대학생사람연대’ 대표(24세 女)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인터뷰 날짜: 2008/6/18)

△ 저는 대학생사람연대 대표 ○○○입니다.  5월 중순부터 지금 3주째 하고 있는데요. 촛불문화제를 하면서 많은 피켓과 구호들이 나왔잖아요. 저는 시민들이 3만, 5만 그렇게 모인 걸 본 적 없거든요. 저는 저 사람들이 모여서 ‘미친 소’ 나 ‘대운하’ 말고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우리가 나눠주는 피켓 속에 가둘 순 없겠다 생각했고, 그 많은 시민들 한명 한명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수 있는 피켓을 만들 수 없을까 해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이게 불현듯 생각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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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으며) 아니, 너무 아이디어가 좋은데.
△ 저도 학생운동을 하고 있었고 그 동안 운동하면서 시도를 해보고 실패도 해봤거든요. (이명박 정부는) ‘명박산성’이라고  컨테이너 박스로 가로막음으로써 소통을 거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반면 우리는 아직까지 할 말이 있고 우리의 요구를 전할 게 많기 때문에 우리의 요구를 이 시민산성에 붙임으로써.



- (발로 차면서) 이게 ‘시민산성’이에요?

△ (웃으며) 네. 우리의 요구를 우리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거죠.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모였을 때 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 시위이자 축제인 이 자리를 의미 있게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저도 놀랬습니다. 이렇게 붙이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고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오고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몰랐는데 시민들이 그런 공간으로 만들어 주셨어요. 

- 이게 이번 ‘운동’의 특징인 것 같애요.
△ 네, 물꼬는 저희들이 텄지만 더 많은 시민들이 모여서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오거든요.

- 학생운동한지 몇 년 됐죠?
△ 5년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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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층인데, 기성 운동권 세대들과 다른 점 느끼나요?
△ 운동의 영역에서 저희는 ‘들으려고’ 해요. 그런 경향들이 차이가 나요. 오랫동안 운동해오신 분들은 이를테면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그 구호를 적어서 나눠주기는 하죠. ‘이명박 아웃’같은.

그런데  우리는 포맷만 주거든요. 운동의 영역에서는 386운동이 다른 것은 그 때보다 훨씬 더 그만큼 들으려고 하는 자세인 것 같아요.

- (웃으며)  저기 아저씨는 ‘일본 싫다’고 적었어요.(이하 동영상 참조)
△ 저도 가끔 보면 저런 건 안 썼으면 좋겠다 싶은 게 있어요. 여럿이 보는 것이기 때문에 기가 막히거나 재치있는 문구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도 시민들이 쓴 거니,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워낙 없는 사회다보니깐, 그것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 이번 촛불문화제 보시면서 느낀 점 한 가지만 말씀해주시면?

△ 시민사회가 정말 성숙해졌다는 게 이번 집회에서 확인되거든요. 사람들이 정부에 대한 불신과 재협상 요구를 가지고 모였잖아요. 굉장히 많은 시민들이 모여서 무질서해보일 수 있는 이 판에서 통제되고, 사고 일어나지 않고 쓰레기가 남지 않고, 성숙한 의사표현을 하고 돌아가고, 그런 반복되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시민사회가 굉장히 성숙했구나.’ 그걸 느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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