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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전 작업 /그외재판들

우리 국회 푸르게 푸르게.

 

내가 문국현 의원을 처음 본 것은 용산참사가 벌어지던 1월 20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법정 복도에서였다. 법정 밖에는 문국현 의원이 재판을 보려 와준 지지자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었다. 내가 서 있는 쪽으로도 다가왔다.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문국현 의원과 악수를 하면서 경남도민일보 이승환 기자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승환  기자는  후배기자들이 “문국현 의원이 아직 정치인답지가 않다”고 말을 할 때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근거를 대보라 묻는다고  했다. 그럴 때 후배기자들은 “기업을 하다 정치로 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 때, 바로 후배 뒤통수를 사정없이 때린다고 했다.

“그건 누구나 다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기자라면 명확한 팩트(fact)를 기반으로 써야지”

“그럼 뭐예요? 형?”

 

경남도민일보 이승환 기자는 설명한다. 정치인들은 주어진 시간에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해야 한다. 손을 내밀어 누군가와 악수 할 때는 이미 얼굴이 다음 악수할 대상에게  향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국현 의원은 아직도 손과 얼굴이 같이 논다는 것이다.


나는 당시 문국현 의원에게 관심이 가 그곳에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대선에 민주노동당을 찍었다.)  당시는 <부러진 화살>을 집필 중이었기에  담당 판사에게 더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 법정 벽에 붙은 종이에게도 관심이 갔다.  언젠가 문국현 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런 기록은 역사적 가치와 더불어 높은 금액을 받고 내다 팔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2009년 7월 24일 문국현 의원은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문국현 의원을 다시 만난 것은  2009년 8월 31일 오후, 5시 경이었다. 비서관을 통해  문국현 의원님과 면담 약속이 바로 잡혔다. 7시 경 같이 저녁이나 하면서 사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전화가 올 때 나는 서울 종로에서 돼지껍데기를 한 참 먹고 있었다. 남김없이 먹느라, 약속보다 10분 늦었다. 국회 의사당 후문에서 모 비서관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지금부터 이렇게  문국현 의원을 만나면서  알게 된 내용(fact)들을 기록한 것이다.
 


“저기에다가 무궁화 꽃동산 해놓으니까 괜찮지요?”

국회의사당 후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말했다.



 

“저는 천리포 수목원을 8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만리포 옆에 천리포 해수욕장이 있는데요, 거기 수목원이 18만평짜리가 있어요. 칼 패리슨 밀러(Carl Ferris Miller)라는 분이 30여년 가꾼 것을 제가 이어받아서 관리를 하고 있어요. (칼 패리슨 밀러, 한국이름은 민병갈(閔丙渴, 1921-02.4.8)은 한국 최초의 사립수목원을 세운 미국계 귀화한국인이다.) 그 분이 기증한 재산을 제가 관리하고 있는 거예요. 재단 이사장인 셈이죠. 천리포 수목원에는  만 오천 종의 식물이 사는데, 무궁화도 4백종이 있어요.  무궁화가 다 똑같은 게 아니라 인종처럼 4백종이상 되죠.  우리가 보는 목련이나  단풍이 보통 세 네 가지인데,  4백종 이상 돼요. 저는 나무를 26년 심었어요.  몇 억구를 심었죠.  그런데 몇 억 보다는 몇 만종이 더 중요할 때가 있는 거예요. 저는 소나무나 잣나무 이런  똑같은 걸 아주 넓은 땅에다가 몇 억구를 심었고요. 민병갈 선생님은 18만평 밖에 안 되지만,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그러나 한국에서는 살 만한 나무를 심은 거예요. 거기 가보면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가  있는 건지, 아주 쉽게 알 수 있어요... 저기...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것을 들어보셨나요?”

문국현 의원의 나무 사랑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국회 안에 있는 의원동산에는  국회의원들 129명이  2009년 4월 3일 식목일을 앞두고 행사 차원에서 만든 화합의 꽃밭이 있다.

 

국회의원 대부분은  꽃들이나 씨들을 가져왔다.



그런데 이벤트 차원에서 열린 그 행사에도  나무를 들고 온 사람이 있었다. 문국현 의원이 천리포 수목원에서 받아 기증한 무궁화 몇 개만 살펴보자. 그는 나무를 심을 때 뿌리가 잘 내릴 수 있는 작은 걸  선호한다.




 

문국현 의원은 자신에게 벌어진 사건 때문에 만났으면서도 나무 이야기가 먼저였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