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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전 작업 /촛불집회기록들

촛불문화제의 힘, 학생들을 만나다

서울 시청 광장 촛불문화제에서 만난 전교조 선생님 및 학생들과 ‘미친교육’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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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능계 고 2 여학생(2人, 6월 17일 광화문4거리)

-학교가 ‘미친교육’으로 돌아간다는데 동의하세요?
(둘 다 큰 소리로) 네! 동의합니다!!!

- 어떤 점에서요?
△ 선생님들이 막 이뻐하는 애들 있고 차별하는 애들 있잖아요. 공부 잘하는 애들은 예뻐하고 못 하면 신경도 안 쓰고.

- (학생 손을 잡으며) 그럼 우리 학생에겐 혹시... 탄압하나요?
△ 버려졌어요!! (다들 폭소)

- 그게 표가 나요?
△선생님들은 차별 안 한다하지만 달라요. 말하는 것과 수업시간에 그 학생만 눈 마주치면서 하죠. 무시하는 애들이 말하면 그냥 무시해버리고.

- 선생님이 그렇게 하는 이유가 뭘까요? 원래 인간성이 그럴까? 아니면 구조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지는 걸까?
△ 어쩔 수 없이는...(아닌 것 같고) ‘얘는 해봤자 가망성 없으니깐, 될 얘만 가르치자’ 이런 거 같은데.

- 그럼 미친 교육이 되면서 낙오하는 학생들이 많아진다던데, 마찬가지로 선생님들 입장에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거네요?
(큰 소리로) 네!! 선생님이 포기하니깐 학생들도 포기하고!! 학생들은 “어..이 시간 나 보지도 않는데 하지마!!” 하면서 수업도 안 들어가고 .. 공부 못하는 애들은 숙제 해와도 건너뛰고 가니깐.

- 반 학생이 몇 명이죠?
△ 30명요. 저는 (선생님이) 버린 지 오래에요. 학교 오나 안 오나..

- 학생은 언제부터 경쟁체제로 들어간 것 같아요?
△ 초등학교 6학년, 본격적으로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 (웃으며) 그럼 5년 동안 공부해보니 경쟁력이 높아진 것 같나요?
(둘 다) 점점 떨어지지요. (다들 폭소)

- 촛불문화제 처음 온 겁니까?
△ 예전에 와서 공연을 한 번 했다가 카메라 잡혔어요. 국악을 해서.

- 아.. 이미 왔었구나.. 이거 전과자들이네.(다들 폭소) 여기로 나오고 싶은 이유가 있어요?
△ 있어요!!! 같이 떠들고!!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소리를 지르고!!

- 학교가 그렇게 만드는 건가요?
△ 학교도 안 가고 나오는 거죠. 이제 방학되면 여기 살 거예요.

- 이명박 정부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학생들 방학’이라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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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여기로 나오지? 자유로움을 맛 본적이 없어서 그런가요?

△ 자유로움은 많이 느껴봤지만, 시민들과 어울리는 게 재미있고요. 월드컵 때 우리는 어려서 그런 거 못해봤잖아요. 
그리고 경찰들 저렇게 서 있는 거 처음 보고요. 재미있어요!! 아침에 진압하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흉내 내면서) “시민여러분 아침이 밝았습니다..” 그 여경 목소리 진짜 매일 똑같애.. (박수치면서) 정말 재미있어!! (근엄한 목소리로 흉내내며) “종로경찰서장입니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이제 강제진압 들어가겠습니다.” (박수치면서) 이거 정말 재미있거든요!!

- (이해가 잘 안 돼서) 그게 재미있어요? 무섭지 않았어요?
 
(강하게) 재미있어요!!(이하 6월 7일 새벽 서울대 의대 황상익 교수와 함께 바라본 장면)




(2) 중학교 1학년 남학생(6월 17일, 행진 중에 만남)

△ 여기 나온 이유는 광우병 쇠고기 때문에 뭐라고 뭐라고 하니깐요.

- 혼자 나온 겁니까?
△ 애들은 시험기간이라서 싫다고 해서 저 혼자 나왔어요.

- 혼자 나오기가 그럴 텐데..?
△ 그간 동생들과 같이 다녔는데 조금만 더 여기 있고 싶어서요

- 왜 여기 있고 싶어요?
△ 약간 ‘재미’도 있고 “이명박 물러나라”도 재미있어서요. 여기 나온 이후로는 인터넷에서 ‘촛불시위’ 그런 거 자주 보거든요.

- 게임보다 여기가 재미있어요?
△ 게임은 하다보면 질릴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나오면 이렇게 거 시민들과 함께 걷는 게 좋아요.



- 동네 공원에서 걷는 거랑 무슨 차이가 있나요?

△ 6.10때 수십 만 명이 모일 때 아빠랑 같이 왔었는데요. 그 이후로 자꾸만 오고 싶어요.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광우병 일부러 자꾸 끌어 들일려고 하니깐 나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물러나라고 하는 거고. 같이 걷고 구호를 외치고 싶어요.

- 학교 공부 어때요?
△ 별로 재미가 없어요. 이유는... 계속 공부하고 외울 것도 많고 숙제 안 하면 선생님들이 세게 때리거든요.

-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있다던데 본인은 어떤 편이에요?
△ 아직은 보통인데요. 아직은 포기를 안 했어요.

- 반에 “나 공부 안 해.” 라고 말하는 학생 있어요?
△ 그런 건 아직 못 본 거 같애요.



(3) 고등학교 2학년 친구들(인터뷰 날짜 :6월 7일)

△(女) 여기 나온 이유는 이명박 정책에 반대하니깐요. 쇠고기도 그렇고 하는 게 다 반대죠. 교육, 수도 전기 사유화도 그렇고. 물론 심하게 과장된 것도 있겠지만, 일단 본질적으로 문제가 된 것들이니깐.

- ‘수도 전기 민영화’ 그런 이야기 어디서 들었어요?
(정정해주며) 사유화에요!!

- (웃으며) 아.. 그렇군요. 어디서 그런 얘기 들었어요?
△ 언론에서 안 나왔잖아요,. 걔네가 가리느라..

- ‘걔네’가 누구에요?
△ ‘조중동’요.

- 오늘 이렇게 나온 거 집에서 알아요?
△ 엄마는 제가 여기에 나오는 건 아는데, 오늘은 몰라요. 학원 야자 있는 거 뻥치고 온 거거든요. 저는 초창기부터 시위에 나왔는데, 물론 흥미로 나온 학생들도 있겠지만, 저는 사회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특별한 일 없으면 여기에 또 오게 되요.

- 엄마(43세)가 386세대잖아요.
△ 네.

- 엄마가 어떻게 키웠어요?
△ 적당히 절제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자유를 주시고 잘 키운 것 같은데요.

- 잘 키워서 나온 거구나? (다들 폭소) 나오다보니깐 평소에 학교에서 느끼지 못했던 게 뭐예요?
△ 학교에서 광우병 시위 나가지 말라고 가정통신문 뿌리더라고요. 교육이 잘 안 돌아가지도 않는데, 본질적인 건 숨기려고 하는 교육부도 맘에 안 들고요, 학교에 있다는 게 거짓말을 많이 가르치잖아요. 공부만 하라고 하고. 특히 우리 담임선생님이 특히 심해요.

- 뭘 가르치는데요?
△ ‘역사’요. 젊으신 분이에요. 보수적이고, 정말 한심해요. 전체적으로 생각하는 게, 선생님이 30대인데, 공부 하는 건 이해가 가는데요. 그런데 젊은데도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고 학생들에게 알려주거나 그래야 하는데 사회와 학교는 별개야.

- 촛불문화제 와서 보고 느낀 걸 친구에게 말한 적 있어요?
▲(男) 얘가 말해서 오늘도 온 거고 내일도 올 거고.

- 무엇이 학생들을 여기에 계속 오게 만들죠?
△ ‘대통령 탄핵’은 심한 소리긴 한데, 이명박이 말한 경제가 산 것도 아니고, 국민의 호응을 받은 것도 아니고 이번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다 참패했잖아요. 그런 거 보면 그 사람이 하는 게 조그만 애도 아는 건데, 대통령 돼서는 독재정치나 하려는 것 같고!!

- 독재정치 하는 게 느껴져요?
△ 국민들이 한 달 넘게 중심부에 모여서 시위하고 촛불 들고 비폭력으로 시위하는데 폭력경찰로 진압하는 것도 모자라서 담화를 읽어봤는데 그게 뭐야?

- 난 담화문 안 읽어봤어요. (다들 폭소) 그런데 이렇게 나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 한 사람이라도 더 어고 애들 모이면 그게 더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여기 와서 학교에 못 배운 게.. 느낌이란 게 사회의 문제점을 민주주의니깐 국민이 주인이니깐 와서 주인이 주인 노릇하는 것 같고, 쇠고기 그것 때문에 단순히 화가 난 것도 있었지만 저는 이명박 대통령 되고 국민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멋대로 시행하려고 하고, 갈수록 이명박이 대처하는 방식도 사람 말 무시하는 것 같고.

- 내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 학생들이 굉장히 존경스럽네요. 지금 이 시간에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게 개인적으로 더 실속이 있는 게 아닌지.
△ 그 시간이 아깝긴 한데 제가 안 나와도 잘 돌아가겠지만, 내가 와서 나도 조금이라도 느끼면 나도 이익이고 내가 나오나 안 나오나 정부에 1%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와서 참여하는 게 제가 더 보람차거든요.
▲ 정부나 대통령에게 국민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한 사람이라도 나와야 좀 더 도움이 되잖아요.

(4) 중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40대 후반 남. 6월 17일)

△ 여기에 오기까지는..  사실은 촛불문화제는 쇠고기 문제에서 시작했지만 학교현장에서는 공교육에 대한 교육황폐화를 우려하는 불안감 내지는 위기감들이 있거든요. 이 부분이 상당히 바뀌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는데,  오늘이 ‘미친 교육’을 주제로 한 촛불집회가 있어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나왔습니다. 국민들의 건강에 해치는 게 쇠고기라면 교육이라는 것은 학생들의 ‘정신적’인 부분이잖아요.

- 올해 3월달에 시행됐던 ‘일제고사’ 여파가 심한가요?
△ 아.. 일제고사라는 것은 사실 이명박  정부로 와서 갑작스럽게 된 게 아네요. 일제고사가 올해 3월에  처음 본 게 아닌데 올해 전면적으로 시행했고 성적을 공개하겠다고 하는 등 이명박 정부 들어 전체적으로 한꺼번에 몰려왔거든요. 지금 학교 현장에 가보면 벌써 초등학교 때부터 학력 서열화 되고 경쟁 체제로 돌입되면서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데, ‘내가 이 정도 실력이라면 낙오 된다’고 판단하고 심지어 벌써 포기하는 애들이 나타나고 있거든요. 

- 정말 포기하는 애들이 많은가요?
△  일제고사라고 하는 게 경쟁을 만들고 사교육에 지친 아이들,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어요. 중학교에서도  벌써 나타나는데, 얼마안 가면 초등학교 때부터 나타날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초등학교에서부터 학력경쟁, 일제고사를 더 강화시키겠다고 하니깐  초등학생 조차도 경쟁교육에서 낙오 되는 그런 모습들이 개인으로도 불행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 이번 촛불문화제를 학생들이 먼저 주도했잖아요. 보수 단체는 그 배후로 ‘전교조’를 지목하더군요.

△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보던 간에 그건 전교조가 영향력이 있다는 거 아닙니까?

- (웃으며) 저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MBC, KBS와 대등한 지위를 갖다니..
△  전교조가 우리나라 교육을 올바르게 바꾸자는 활동을 해왔지만, 선생님들이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을 때  어른들이 자기 자신들만의 미래를 생각하고 이기적인 맘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아이들이 맨 먼저 나왔거든요. 그런  아이들에게 선생님으로서 부끄러운 맘도 있고, 저 같은 경우는 아이들을 통해서 학교 교육을 바꿀 수 있겠다는 희망도 가져보거든요.

- 이번 학교에서 애들에게 촛불집회 나가지 말라고 가정통신문을 보냈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그러니깐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학교를 보면 교육민주주의 발전을 왜곡시키는 권력 구조가 있어요. 권의주의 매몰 돼서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가정통신문을 보내기도 했지만, 선생님들 중에는 “이런 것들은 문제있다”며 학교에 문제제기도 하고, 반 아이들에게 “이런 가정통신문이 나왔지만 선생님은 안 돌렸으면 좋겠다”고 해서 안 돌리신 분도 계시거든요. 학교 교장은 교육청이 시키는 데로 하고 또 학교장은 학교 내에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때 권한을 이용해서 강압적으로 할 때 학교는 벗어나기 쉽지 않은 구조에요. 하지만 이런 계기를 통해서 교사들 의식들도 많이 바뀌고, 또 바뀔 수 있다 생각해요. 상호보안이 되는 거죠. 이런 계기가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상당히 중요해요. 학생들을 보고 자신감을 얻어서 교사들이 학생들과 진지하게 토론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토론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다시 한 번 “이런 부분이 왜 우리에게 필요한가?” 살펴보는  계기가 되고.

- 촛불문화제에 나온 학생들이 하는 말이, 학교는 공부만 하라고 하면서 거짓말을 가르친다고 하거든요. 사회에 대해 귀를 막는 선생님들을 보면 ‘한심’하대요.
△ 서울교육에서 전교조 교사의 숫자는 15-20%가 채 안 되거든요. 나머지 80%선생님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지만, 그나마 옳지 못한 부당한 명령에 저항을 했던 게 전교조라면, 그렇지 못했던 교사의 숫자가 더 많은 거죠. 그런 걸 보면...우리가 막아야 할 경쟁교육에 대해 또 그 일선에 서는 것도 교사인데, 아이들에게 맹목적 경쟁을 강요하다보면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 교사들의 모습으로 비춰질 것 같애요.

- 이번 촛불문화제에 나온 ‘학생’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 제가 40대 후반인데, 나이가 먹은 세대라든지, 인터넷을 통해 민주주의를 위해 결집하는 과정이 상당히 놀라웠어요. 학교에서 보면 학교 수업, 그리고 사교육에 찌들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이 굉장히 고통스러워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성적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 성적 하나하나에 의해서 자신들의 평가가 달리 받는 것에 대해 아이들이 두려움 속에서 살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이기적일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사회현안 문제에 대한 옳고 그름의 문제 선과 악의 문제, 어떤 방향의 문제를 아이들 스스로 판단하고 나설 수 있다는 점에 상당히 놀라웠어요. 또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교사들도 수업할 때 학교현장에서 많이 바뀔 것 같애요.우리 아이들이 이런 모습이다’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또 학생 모두에게 그렇게 비춰지지는 않겠지만, ‘교사들도 노력하고 있다.’는 걸 느끼겠죠. 서로가. (연단을 가리키면서) 지금 우리 ○○○부장이 나와서 얘기하거든요. 한번  들어볼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