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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전 작업 /그외재판들

미국이 에너지에 강박관념 갖는 까닭

(1) 에너지 강의 : 석유 고갈의 정치경제

최근 고유가 시대를 맞이하여 이화여대에서 해직된 이성형 교수는 ‘에너지’ 관련 강의를 열었다. 첫 번째 강의는 에너지 문제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는데, 목적을 뒀다. 이하는 2008년 6월 18일 여전히 이 교수의 강의를 듣고 싶어 하는 옛 제자들과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의 내용을 일부 편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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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참고자료 및 유용한 싸이트 소개
(2) 석유 메이저
(3) 석유는 어디에 묻혀 있는가?
(4) 석유의 이동경로
(5) 누가 석유가격을 올리는가?



여러분 반갑습니다. 숫자는 적지만, 일 당 백이니깐 (웃음) 실제 나라도 방학시작한 날은 놀러갈 텐데, 여러분 나와줘서 고맙습니다. 일단 이번 방학 때 매주 수요일마다 에너지 문제를 가지고 강의할 예정입니다.

참고할 책 두 권을 소개하면  에너지 문제를 분석하고 쉽게 분석한 ‘자원전쟁’과 윌리엄 엥달이 쓴 책 ‘석유 지정학이 파헤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입니다. 역사적 접근을 통해 많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금융자본의 음모론적 시각에서 다루는데, 최근 뉴스저널리즘도 이 윌리암 엥달의 분석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정학(geopolitics)에 일가견에 있는 사람입니다. 역사적인 이해도가 있어야 읽을 수 있는 책이라 몇몇 학생들이 어렵다고 하는데, 어려우면 두 번 읽고 세 번 읽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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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고자료 및 유용한 싸이트 소개

우선 유용한 싸이트 소개를 하면, (가리키면서) 싸이트 이름들이 무시무시하죠. (다들 폭소) 여기에 윌리암 엥달 싸이트가 있는데, 주로 달라 운명하고 석유가 연계됐다고 주제로 글을 씁니다.

우리나라에는  에경련 보고서들이 있는데 너무 기술적으로 써서 재미가 없지만 데이터는 유용하고 무엇보다 한글로 돼 있어요. (다들 폭소) 삼성경제연구소나 LG경제연구소,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그렇고 언론사들도 특집으로 에너지 문제에 대해 간간이 다루기 때문에 검색해보면 산재되지만 적지 않게 있습니다.

에너지 문제라는 것이 우리사회에서 핵심적 주제가 돼 있고, 심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회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한국사회에서는 비교적 드뭅니다. 에너지 전문가가 많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이런 주제 민감성에 비해서 학계가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립니다.

그리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주로 경제학자들이라는 게 문제에요. 경제학자들은 사실 ‘수급’만 다룹니다. 수급상황, 즉  수요와 공급에 많이 영향을 받는 게 경제학적 특징이죠. 최근에 유가가 오르는 것 중에는 수요가 많이 늘어난 게 있죠. 인도, 중국 이런 국가들이 고성장하면서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났고  공급부문에서는 제대로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가 없는 상태라는 겁니다.

그러나 사실 ‘수급’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입니다. 수급이라는 것은 정치적인 고려에서 많이  결정이 되고 행위자들이 게임에서 결정되는데, 이런 것들은 굉장히 정치학적 상상력이 있어야 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상투적이고 뒷북치는 얘기만 하죠. 시장(market)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시장이 중요하지 않은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우리나라 그 많은 경제학자들이 있지만 장기적인 플랜(plan) 세운 적 한 번도 없어요. 매일 말로만 하는데 지금에 와서 ‘에너지 거대기업’ 만들자고 하는데 나는 그거 가능성 없다고 봐요. 왜냐하면 이미 탐사를 할 데가 없어요. 좋은 지질학적 구조를 가진 지대는 이미 메이저 기업들이  선점돼 있어요. 탐사 비용이 대게 3억불(3천만원)인데,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파도 나올지 모르는 그런 곳인데 거기에 그런 돈을 쏟아 부을 수 있습니까? 한마디로 too late입니다.

에너지 하면 ‘석유’를 떠올리는데, 2차 대전 때 일본이 못 버틴 것이 석유 때문이란 걸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독일도 마찬가지로 2차 대전 때 패한 것이 석유 때문입니다. 만약 히틀러가 러시아 ‘바쿠’ 유전지대를 먼저 점령하고 들어갔으면 러시아를 깼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런데 너무 성급하게 모스크바를 먹으려고 했는데 거기서 착오가 일어납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오랫동안 공방전이 지속 되다보니 석유공급이 안 되는 거예요.  실제로 스탈린은 중요한 공장지대들을 전부 우랄산맥 저쪽, 안쪽으로 옮겨놨거든요. 거기는 못 때리거든요. 마지막  독소공방전에서 탱크가 결정적 역할을 했어요. 러시아는 트랙터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있어서 트랙터에다가 대포를 달고 나오는데 하루에 물량이 3천대씩 쏟아지니깐 그 화력 앞에서 최강의 독일군들이 다 무너지는 거예요. 결국은 거기서도 석유공급이 좌지우지 했던 겁니다. 오늘날 석유 공급하는 석유 메이저 회사들을 한번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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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석유 메이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석유 메이저 회사들인데, 이들이 갖고 있는 유전의 확인매장량은 다 합쳐봐야 20%가 안 됩니다.

워낙 국영기업들이 많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죠. 어떻게 보면 이 석유 메이저는  공급차원에서의 영향력은 제한돼 있습니다. 오히려 사우디나 베네수엘라의 국영기업이 영향력이 큽니다. 차베스가 계속 큰 소리 빵빵 칠 수 있는 이유가, 베네수엘라 국영회사가 미국에 공급하는 아주 큰 회사거든요. 그래서 차베스가 “우리가 나에게 석유안주면 너 어떡할래?” 이런 협박이 가능한 거죠. 이런 석유메이저들은 모건스텐리나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과 결합이 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들은 유통부문을 장악하고 있어요. 유통부문을 장악해서 영향력이 커지죠. 특히 석유유조선을 이동시키는 유통부문의 마진이 큽니다.

(3) 석유는 어디에 묻혀 있는가?



석유는 어디 묻혀 있느냐, 중동이 압도적으로 많고 남미(갈색)에서 나는 건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멕시코 걸프 만입니다.

여기 세 군데(갈색) 나는데 이것들은 왜 중요하냐면 미국시장과 밀접해서입니다. 그래서 미국이 차베스를 미워하고 에콰도르 중도좌파 정부에 대해서 압박을 가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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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중동 유전지대가 가장 많습니다. 그래서  왜 이란이나 이라크에 관심을 갖는가 하면 이 지역에 유전은 대개 질이 좋습니다. 파이프로 뽑아 올리면 되기 때문에 체불비용, 즉 생산단가가 낮죠.

이라크는 오랫동안 사담후세인 체제하에서 개발을 많이 안 했어요. 미개발 지역이 많아요. 그래서 이라크를 통제하려고 하는 거죠. 그래서 부시가 전쟁을 일으켰는데 전쟁을 너무 오래 끌고 치안확보가 안 되면서 처음 시나리오에 차질이 생겼어요. 

이란이 핵개발 문제가 미국 전략가 입장에서 심각한 게 만약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럼 걸프 만에서의 미국의 유조선이 이때까지 누리던 항해에 대한 통제권이 사라집니다. 메이저회사들이 유통영역(수송)에서 누리던 수익이 있는데 그걸 나누든가(share) 뺏기든가 해야 합니다. 핵심은 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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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이란과 이라크 경쟁을 시켜놓고 힘을 분할시켰는데, 이라크가 엉망이 됐기 때문에 이란 입장에서는 핵 주권만 가지면  중동에서는 강국이 됩니다. 그러니 이스라엘이 힘을 못 쓰는 겁니다. 미국 전략가들이 차라리 이라크와 이란을 경쟁시키면서 이란의 핵통제를 했어야 했는데, 한쪽을 약화시켜 노니깐, 더더욱 어렵게 된 거죠.

반면에 러시아는 최근에 석유와 가스를 가지고 신난 거죠. 푸틴 정부동안 ‘가즈프롬’ 같은 민간 기업에 있던 석유를 다시 재국영화하면서 국가 재정도 면에서 엄청나게 흑자를 내고 국가성장도도 좋아졌죠.

(4) 석유의 이동경로



석유가 움직이는 경로를 보면 중동에서 생산되는 게 전 세계로 다 갑니다.

중동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그만큼 크다는 겁니다. 미국이 70년도를 기점으로 국내매장량이 고갈돼 간다 보는 상황에서 점점 대외의존도가 커지는 거죠. 그래서 미국의 대외정책이 왜 에너지에 대해서 그렇게 강박관념(obsession)을 갖냐면 이런 데를 보면 알 수 있죠. 에너지를 통제해야 다른 나라를 통제할 수 있거든요. 중동석유를 통제해야지 중국도 통제할 수 있고 인도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카스피해 이 지역이 계속 세계 열강의 각축지가 되고 있고, 유럽과 미국 간에도 굉장한 각축을 벌이고 있어요.

이라크 전쟁에 대해 유럽과 미국의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게 지도를 보십시오. 유럽은 중동과 바로 붙어있고, 유럽은 에너지공급차원에서는 미국보다 비교적 유리한 위치가 있어요.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알제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러시아와 파이프 가스관이 연결돼 있어요. 유럽은 그런 선점 효과를 누리려고 하는 반면 미국은 자꾸 통제를 하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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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이라크 전쟁은 악의 축을 제거한다든가, 대량살상이 무기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이라크의 석유유전지대를 통제하려는 전쟁이라는 시각이 일반화 돼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다 지정학적 요소입니다. 어디에 석유가 묻혀있고 누가 통제하고 거기서 파이프라인을 연결할 때 어디로 연결할 것인가 이게 중요합니다.

중앙아시아를 보면 (007영화에도 나오지만) ‘가스관’을 어디로 내냐에 따라 조그만 나라들은 휘청거립니다. 우리가 ‘가스’ 줄 테니깐 반정부활동해라. 이렇게 열강들이 개입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대통령 바뀌고 쿠테타가 일어나고 시민들이 데모하고, 이게 다 강대국정치가 국내에 투영돼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작은 나라에서 산다는 게 얼마나 피곤한 건지...

(5) 누가 석유가격을 올리는가?



유가추이는 대개 논란이 많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유가변동에는 항상 전쟁과 유전발견, 유전 고갈이라는 사건과 연결돼 있습니다. 그래서 에너지 문제는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수급보다 지정학(geopolitics)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래프를 보면 오랫동안 10불하다가 73년에 유가가 20불에서 60불까지 오르죠. 저것가지고 논란이 많습니다.

그럼 누가 73년 유가가 오르느냐? 석유위기를 가져왔느냐 그 음모론을 소개하면, 윌리엄 엥달은 그걸 기획 조정한 사람이 (1971~77년 미국무부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라 지목하고 있습니다.  그가 기획 조정했고 영미의 금융자본과 미국의 대외정책, 산유국이 야합을 했다는 겁니다.

엥달의 주장을 소개하면 당시 석유 메이저들이 북해유전 개발을 했는데 탐사비용을 너무 지출된 거예요. 탐사를 해도 한방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 당시에 유가가 20불인데 이걸로는 북해유전을 경제성 있게 맞출 수가 없었어요. 투자를 회수하려면 유가가 세 배는 올라줘야 했고, 석유 메이저 대표들과 미국 대외정책위원들이 모여서 유가가 네 배 오른다는 시나리오 만듭니다. 헨리 키신저는 이스라엘과 아랍국가에 정보를 흘리고 전쟁을 일으키게 하죠. 그리고 중동에서 석유 카르텔이 결성되고 엠바고가 결성되고 유가 오르고 여기까지만 보면 OPEC은 책임 없는 것 같은데 오펙도 미국의 요구를 받아주게 됩니다. 왜냐하면 석유거래는 달러로 거래하니깐. 그렇기 때문에 달러를 기축통화를 하는 미국으로서는 달러를 아무리 찍어내도 인플레증발 가능성이 없습니다. 72년 기준으로 1992년까지 달러 발행이 스무 배입니다. 항상 달라 체제는 유가변동과 긴밀하게 연결돼 왔고 각국의 힘은 각국의 지정학적 위상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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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문제는 단순히 석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경제학의 문제이고 발전모델의 문제이고, 지정학의 문제이고, 전쟁과 평화의 문제이고, 대외정책문제 다 연결돼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고유가 시대는 지질학적인 거, 경제적인 거, 지정학적인 거 이 세 개가 다 결합돼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끝)